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는 서울 지하철 내 상가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체 요율을 민간 수준인 6%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지하철 상가 운영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기 침체와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하철 1~8호선에는 1,526개의 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인해 계약 해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13.3%였던 해지율이 2023년 15.6%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15.9%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임대료 연체 요율 인하 ▲상가 업종전환 규제 완화 ▲다수 상가를 일괄 임대할 경우 일부 계약 해지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지하철 상가 운영 규제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안은 임차인 간담회 및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강조한 규제 철폐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기존에 관행적으로 유지되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평가다.
먼저, 현재 10% 내외로 적용되던 지하철 상가 임대료 연체 요율을 상법상 법정 이율인 6%로 낮춘다. 기존에는 은행연합회 평균 금리에 3%를 가산해 연체 이자를 적용해 왔으며, 이는 시중 일반 상가보다 3~5%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하철 상가의 임대료 자체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다 보니 주변 상권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상가의 ㎡당 평균 임대료는 9만 4천 원으로, 서울 주요 상권(7만 5천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쇼핑 중심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지하철 상인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여기에 높은 연체 요율 부담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상가 업종 변경 절차가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보다 자유롭게 유사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지하철 상가의 경우 입찰 당시 정한 업종을 그대로 유지해야 했고, 업종을 변경하려면 공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했다. 이러한 규정은 무단전대 방지와 상가 운영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신속한 업종 조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83건의 업종 변경 신청이 접수되었으나,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원활한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의류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액세서리 판매로 전환하려 해도 서울교통공사의 승인이 나지 않으면 기존 업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유연한 업종 변경이 가능해지면서, 매출 증대와 상가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통합 임대 계약을 맺은 상가에 대해 일부 매장의 부분 계약 해지를 허용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이는 대형 브랜드 대리점 형태로 다수의 지하철 상가를 운영하는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12개 매장을 일괄 임차한 브랜드 상가가 매출이 부진한 3개 매장을 해지하려 해도 부분 해지가 불가능했다.
현재 GS25 등 42개 업체가 647개 지하철 상가를 통합 임대로 운영하고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이 어려운 재정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라며, “앞으로도 시민의 시각에서 불편한 규제를 적극 개선하고, 불필요한 제한을 과감히 철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